굿 윌 헌팅, 한 문장이 사람을 바꿀 수 있을까, “네 잘못이 아니야”라는 말, 굿 윌 헌팅은 어디서 시작된 이야기일까

영화 굿 윌 헌팅 포스터 이미지

솔직히 말하면 이 영화를 다시 보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어떤 작품들은 마음속에서 오래 머물지만, 굳이 다시 찾아보게 되지는 않거든요. 그런데 며칠 전 일이 조금 마음에 남았습니다.

퇴근 직전에 회사 회의실에서 팀장님이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넌 생각보다 훨씬 잘할 수 있는 사람인데, 스스로 선을 그어버리는 것 같다.” 그 말을 듣고 괜히 웃으면서 “아닙니다, 저는 그냥 이 정도가 맞아요”라고 넘겼는데요. 집에 돌아오는 길 내내 그 말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더라고요. 누가 나를 과대평가하는 것 같아서 불편하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내가 스스로를 너무 쉽게 포기하는 건 아닐까 싶기도 했습니다.

그날 밤 책장에 꽂혀 있던 DVD 케이스 하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바로 굿 윌 헌팅(Good Will Hunting)이었습니다.

사실 줄거리는 오래전에 봐서 어느 정도 알고 있었는데요. 다시 틀어보니 이상하게도 예전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 들었습니다. 영화가 변한 건 아닐 텐데, 보는 사람이 달라지면 이야기도 달라지는 모양입니다.

특히 처음 장면에서 윌이 MIT 복도를 청소하면서 칠판을 바라보는 장면이 있잖아요. 그 장면을 보는데 갑자기 몇 년 전 생각이 났습니다.

제가 아직 사회 초년생이던 시절이었는데요.

회사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했을 때였습니다. 회의실 한쪽 화이트보드에 선배들이 문제를 정리해 두고 토론하고 있었는데, 저는 옆에서 조용히 노트만 보고 있었습니다. 사실 머릿속에는 “이렇게 하면 더 간단할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말하지 않았습니다.

괜히 틀리면 민망할 것 같았고, 아직 신입인데 괜히 나서는 것도 이상할 것 같았거든요.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며칠 뒤 비슷한 방식의 해결책이 나왔습니다. 그때 괜히 웃음이 나더라고요. “아, 나도 생각은 했는데” 하면서요.

이상하게도 그 장면이 윌 헌팅의 모습과 겹쳐 보였습니다.

물론 저는 천재도 아니고 MIT 복도에서 수학 문제를 푸는 사람도 아니지만, “내가 가진 걸 스스로 숨기는 순간”이라는 점에서는 꽤 비슷한 감정이 있었습니다.

영화를 다시 보면서 그 장면이 유난히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사람은 왜 스스로를 숨길까

굿 윌 헌팅에서 윌은 천재입니다.

그런데 그 재능을 세상에 보여주려고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일부러 망가뜨리는 쪽에 가깝죠.

싸움을 하고, 일을 대충 하고, 상담사를 놀리고, 면접도 일부러 엉망으로 봅니다. 처음 봤을 때는 그냥 반항적인 캐릭터라고 생각했는데요. 이번에 다시 보니까 조금 다른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게 단순한 반항이 아니라 두려움 같더라고요.

사람이 기대를 받으면 이상하게 겁이 납니다.

잘하면 괜찮지만, 못하면 그 기대가 전부 실망으로 바뀌니까요.

그래서 아예 시작을 안 해버리는 선택도 있습니다.

이 장면을 보다가 갑자기 대학 시절 기억이 하나 떠올랐습니다.

졸업을 앞두고 친구들이 대학원 지원서를 쓰고 있었는데, 저는 끝까지 망설이다가 결국 지원하지 않았거든요.

이유는 여러 가지였지만 솔직히 말하면 단순했습니다.

“떨어지면 어떡하지.”

그때는 그 생각이 너무 크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그냥 취업을 선택했고, 겉으로는 꽤 합리적인 결정처럼 보였죠.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나니 가끔 그런 생각이 듭니다.

“그때 한번 해볼 걸.”

영화 속에서 윌을 보면서 그 장면이 계속 떠올랐습니다.

사람이 무언가를 못하는 것보다, 아예 시도하지 않는 선택을 할 때가 더 많다는 사실이요.

아마 그래서 이 영화가 많은 사람에게 오래 기억되는 것 같습니다.


“네 잘못이 아니야”라는 말

굿 윌 헌팅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은 역시 그 장면입니다.

숀이 윌에게 반복해서 말하죠.

“네 잘못이 아니야.”

처음에는 윌이 웃어넘기고,

두 번째에도 장난처럼 넘기고,

세 번째쯤 되면 조금 표정이 흔들립니다.

그리고 결국 울음을 터뜨립니다.

이 장면을 보는데 이상하게도 예전에 있었던 일이 떠올랐습니다.

몇 년 전 친구와 크게 다툰 적이 있었는데요. 서로 말이 꼬이다 보니 감정이 커져서 결국 연락도 끊겼습니다.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나서 다시 만났는데, 그 친구가 그러더라고요.

“사실 그때 네가 그렇게까지 사과할 일은 아니었어.” 그 말을 듣는 순간 괜히 목이 막혔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그동안 계속 제가 잘못했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그 말 한마디에 마음이 풀리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굿 윌 헌팅의 그 장면이 더 크게 와 닿았습니다.

사람이 상처를 치유하는 데 꼭 거창한 사건이 필요한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어쩌면 단순한 문장 하나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굿 윌 헌팅은 어디서 시작된 이야기일까 

이 영화가 흥미로운 이유 중 하나는 각본의 출발점입니다.

굿 윌 헌팅의 이야기는 배우 맷 데이먼과 벤 애플렉이 직접 쓴 각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두 사람은 실제로 보스턴에서 자랐고, 어린 시절 친구였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영화 오디션에서 떨어지는 일이 반복되자 “차라리 우리가 직접 이야기를 써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이야기가 바로 굿 윌 헌팅입니다.

그래서인지 영화 속 친구들의 대화가 굉장히 자연스럽습니다.

술집에서 떠드는 장면이나, 처키가 윌에게 솔직하게 말하는 장면 같은 것들이요.

특히 저는 그 대사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내 하루에서 가장 좋은 순간은 네 집 문을 두드리는 10초야.” 친구가 진심으로 잘되길 바라는 마음이 느껴지는 장면이었습니다. 이런 감정은 아마 직접 겪어본 사람이 아니면 쓰기 어렵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영화를 다 보고 나니 화면이 검게 바뀌었는데도 바로 끄지 못했습니다.

괜히 리모컨을 손에 쥐고 몇 분 정도 그대로 앉아 있었네요.

윌이 차를 몰고 캘리포니아로 떠나는 마지막 장면이 계속 떠올랐습니다. 사실 그 장면은 거창한 결말이 아닙니다. 그냥 한 사람이 어딘가로 가는 모습일 뿐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장면이 오래 남습니다.

아마 우리도 각자 그런 순간이 있기 때문일 겁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지만 그래도 일단 한 발 내딛어야 하는 순간이요.

지금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문득 그런 생각이 듭니다.

혹시 지금 마음속에

“이건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지”

하고 넘겨버린 무언가가 있는 건 아닐까요.

굿 윌 헌팅을 보고 나면 이상하게 그런 질문이 남습니다.

그리고 가끔은 그런 질문 하나가

생각보다 오래 사람을 따라다니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