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트렌스포머1, 고철 덩어리에 부여된 생명, 내 낡은 서랍 속의 추억과 닮아있네요

영화 트렌스포머1 포스터 이미지

낡은 엔진 소리에서 들려온 외계의 선율, 내 안의 소년을 깨우다

방금 빨래 건조기가 다 돌아갔다는 알림음이 울렸는데, 저는 소파에 엉겨 붙어 일어날 생각을 못 하고 있어요. 어제 새벽까지 이 영화, <트랜스포머> 1편을 다시 봤거든요. 사실 요즘 날씨가 좀 꾸물꾸물해서 그런지 몸도 무겁고 마음도 괜히 쳐지더라고요. 냉장고를 뒤져보니 유통기한이 간당간당한 캔맥주가 하나 있길래, 그거 하나 따서 홀짝이며 '아무 생각 없이 화끈한 거나 보자' 싶어 틀었던 게 화근이었죠.

이 영화를 처음 봤던 2007년 여름이 떠오르더라고요. 그때 저는 막 사회생활을 시작해서 매일매일이 긴장의 연속이었거든요. 상사 눈치 보랴, 업무 배우랴 정신없던 시절에 극장에서 이 영화를 마주했을 때의 그 충격이란... 사실 줄거리가 대단해서라기보다는, 그냥 그 압도적인 금속의 질감에 완전히 넋을 잃었었죠. 어제 다시 보는데도 그 "치익- 칙- 팍!" 하며 부품이 맞물리는 소리가 들리니까, 신기하게도 그때 그 시절의 뜨거웠던 공기랑 퇴근길의 고단함이 한꺼번에 훅 끼쳐오더라고요.

영화를 보는 내내 제 손때 묻은 낡은 차가 생각났어요. 지금은 폐차하고 없지만, 제 첫 차도 영화 속 샘 윗위키의 범블비처럼 덜덜거리는 소리를 냈거든요. 가끔 시동이 안 걸리면 핸들을 툭툭 치면서 "제발, 한 번만 걸려줘"라고 중얼거렸던 기억... 여러분도 있지 않나요? 내 물건이 살아있었으면 좋겠다는 철없는 상상 말이에요.

고철 덩어리에 부여된 생명, 내 낡은 서랍 속의 추억과 닮아있네요

영화 속에서 샘 윗위키가 낡은 카마로(범블비)를 처음 만나는 장면을 보면 괜히 코끝이 찡해져요. 아버지가 성적 잘 받았다고 중고차 매장에 데려가서 "이게 네 차다"라고 말할 때 샘의 표정... 사실 그 차는 에어컨도 제대로 안 나오고 라디오도 제멋대로 틀어지는 고물이었잖아요. 그런데 그 고물이 사실은 나를 지켜주러 온 외계 로봇이었다는 설정은, 어른이 되어버린 지금 봐도 참 가슴 설레는 판타지인 것 같아요.

저도 작년에 이사를 하면서 오래된 상자 하나를 발견했거든요. 거기엔 초등학생 때 가지고 놀던 조립식 로봇 팔 하나랑 다 부서진 미니카가 들어있더라고요. 지금 보면 그냥 쓰레기 봉투에 넣어야 할 플라스틱 쪼가리일 뿐인데, 이상하게 버리질 못하겠더라고요. 이 영화가 2007년에 개봉해서 전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켰던 이유도 비슷하지 않을까요? 단순히 마이클 베이 감독이 폭발 장면을 잘 찍어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잠들어 있던 '기계와의 우정'이라는 아주 유치하고도 순수한 지점을 건드린 거죠.

특히 옵티머스 프라임이 처음 등장해서 자기소개를 하는 장면은 다시 봐도 압권이더라고요. "My name is Optimus Prime." 이 한마디에 담긴 무게감이라니. 한국어 더빙판으로 보면 이정구 성우님의 그 깊은 저음이 깔리는데, 아... 정말 소름 돋았거든요. 사실 저는 어릴 때 <트랜스포머 더 무비> 같은 애니메이션 세대는 아니었지만, 이 영화를 통해 옵티머스라는 존재가 제 인생의 어떤 '이상적인 리더상'으로 자리 잡았던 것 같아요.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자신을 기꺼이 던지는 그 숭고함이, 왠지 모르게 지난주 프로젝트 때문에 팀원들과 다투고 속상해하던 제 모습과 겹쳐 보여서 마음이 좀 복잡했습니다.

사실 영화 중간중간 나오는 인간들의 농담이나 샘의 가족들이 벌이는 소동은 지금 보면 좀 과하다 싶기도 해요. "아, 저 부분은 좀 빨리 넘기고 로봇 싸우는 것만 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거든요. 그런데 또 생각해보면, 그 평범하고 시끌벅적한 인간들의 삶이 있기에 로봇들의 거대한 전쟁이 더 비현실적으로 빛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더라고요. 마치 비 오는 날 창문을 닫아걸고 방 안의 따뜻한 조명 아래서 바깥의 천둥소리를 듣는 그런 기분 있잖아요.

마지막 전투가 끝나고 들려온 린킨 파크, 그리고 우리에게 남은 질문들

영화의 클라이맥스인 미션 시티 전투는 정말 정신없이 몰아치더라고요. 빌딩이 무너지고 아스팔트가 뒤집히는 와중에 샘이 올스파크를 들고 옥상으로 달리는 장면에서는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게 됐어요. 결국 메가트론을 쓰러뜨리고 지는 해를 배경으로 오토봇들이 서 있는 엔딩 장면... 그때 흐르는 린킨 파크(Linkin Park)의 'What I've Done'은 정말 신의 한 수였던 것 같아요. 체스터 베닝턴의 그 절규하는 듯한 목소리가 들릴 때, 영화관을 나서던 2007년의 제가 느꼈던 그 벅찬 감정이 다시 살아났거든요.

여러분은 이 영화를 보고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저는 영화가 끝나고 크레딧이 올라갈 때, 거실에 놓인 텔레비전이나 구석에 세워둔 공기청정기를 슬쩍 쳐다봤어요. '저 녀석들도 밤에는 변신해서 자기들끼리 대화하는 거 아냐?' 하는 엉뚱한 상상을 하면서 말이죠. 사실 현대인들에게 기계는 그냥 편리한 도구일 뿐이잖아요. 그런데 이 영화는 그 도구들에게 '영혼'을 부여했어요. 비록 그것이 외계에서 온 올스파크라는 에너지 때문일지라도, 우리가 매일 손에 쥐고 사는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에도 사실은 우리의 수많은 감정과 기억이 담겨 있잖아요.

가끔 삶이 너무 기계적으로 돌아간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어요.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하고, 메일을 보내고, 똑같은 식당에서 밥을 먹고... 그런 무채색의 일상 속에서 <트랜스포머> 같은 영화는 잠시나마 세상을 다르게 보게 해주는 안경 같아요. "내가 모르는 세상의 이면에는 훨씬 더 거대하고 뜨거운 이야기가 숨어 있을지도 몰라"라는 희망 섞인 착각 말이에요. 혹시 지금 마음이 딱딱하게 굳어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든다면, 오늘 밤엔 이 영화를 다시 한번 꺼내 보시는 건 어떨까요? 투박한 엔진 소리가 의외로 다정한 위로가 될지도 모르거든요.

스티븐 스필버그의 혜안과 마이클 베이의 광기, 그 실제 같은 판타지의 탄생

사실 이 거대한 프로젝트가 처음 시작될 때만 해도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고 하더라고요. "누가 장난감 로봇 영화를 극장 가서 보겠느냐"는 거였죠. 하지만 제작자로 참여한 스티븐 스필버그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그는 이 영화를 로봇의 전쟁이 아니라 '한 소년이 첫 차를 사며 겪는 성장담'으로 정의했거든요. 그 본질을 꿰뚫어 본 덕분에 우리는 샘 윗위키라는 평범한 소년에게 감정을 이입할 수 있었던 거죠.

여기에 마이클 베이 감독의 '광기'가 더해졌습니다. 그는 CG에만 의존하는 걸 극도로 싫어해서, 실제로 수많은 차량을 폭파하고 미군의 지원을 받아 진짜 F-22 전투기를 카메라에 담았어요. 영화 속 카타르 사막 기지 습격 장면이나 고속도로 추격전에서 느껴지는 그 생생한 속도감은 사실 다 '진짜'의 힘이었던 셈이죠. 특히 재미있는 사실은, 미 공군이 이 영화에 대대적으로 협조한 이유가 "외계인과 싸우는 멋진 미군"의 이미지를 보여줘서 모병률을 높이려는 의도도 있었다고 하네요. 영화적 재미를 넘어 현실의 정치와 산업이 이렇게 맞물려 있다는 게 참 흥미롭지 않나요?

또한 사운드 디자인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는데, 그 유명한 변신 효과음은 사실 수많은 기계 소리를 섞어서 만든 창작물이지만, 동시에 우리 뇌가 '금속이 변형될 때 날 법한 소리'라고 믿게 만드는 심리적인 설계를 거쳤다고 해요. 이 소리 하나가 전 세계 수조 원의 가치를 지닌 IP의 상징이 되었다는 건 정말 놀라운 일이죠. 음악을 맡은 스티브 자브론스키 역시 한스 짐머 밑에서 갈고닦은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는데, 'Arrival to Earth'에서 보여준 그 성가대 느낌의 웅장함은 로봇들을 단순한 고철이 아닌 '신화적 존재'로 격상시키는 역할을 했습니다.

캔맥주 한 캔을 다 비우고 나니 이제 좀 정신이 드네요. 영화 속 샘은 범블비와 함께 우주를 구했지만, 저는 이제 건조기에서 빨래를 꺼내 개야 하는 현실로 돌아가야 해요. 하지만 어쩐지 아까보다는 기분이 좀 낫네요. 제 낡은 건조기가 돌고 나서 내는 "삐- 삐-" 소리가 왠지 "수고했어"라고 말해주는 것 같거든요. 세상은 우리가 보는 것만큼만 존재한다고들 하지만, 가끔은 이렇게 영화의 힘을 빌려 세상을 조금 더 넓고 깊게 바라보는 것도 괜찮은 것 같아요. 여러분의 주차장에 있는 그 차도, 어쩌면 당신이 잠든 사이에 당신의 하루를 응원하며 엔진을 조용히 달구고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그럼, 전 이만 빨래 정리하러 갈게요. 다들 따뜻한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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