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포커스, 시선을 훔치는 자와 마음을 뺏기는 자의 이중주, 화려한 속임수 뒤에 가려진 진심이라는 반전
이 영화 <포커스>(Focus)를 다시 마주하게 된 건 지극히 일상적인 피로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지금 퀀트 트레이딩 회사에서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거든요. 하루 종일 0과 1로 이루어진 냉혹한 데이터, 그리고 찰나의 순간에 수십억이 오가는 복잡한 트레이딩 차트들을 시각적으로 정돈하다 보면, 가끔은 제가 숫자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기분이 들 때가 있습니다. 퇴근길 지하철 안에서 스마트폰만 바라보며 서로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는 사람들 사이에 끼어 있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우리는 매일 누군가에게 내 진짜 모습을 감추고, 유리한 면만 보여주려는 작은 사기극을 벌이며 살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 말이죠. 집에 도착해 대충 씻고, 식탁 위에 덩그러니 놓인 식은 토스트 한 조각을 입에 물고 모니터 앞에 앉았습니다. 사실 제가 이 영화를 처음 접했을 때는 그저 윌 스미스가 나오는 킬링타임용 오락 영화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다시 보니, 이건 단순히 지갑을 훔치는 기술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더라고요. 우리가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해’ 얼마나 정교하게 시선을 돌려야 하는지, 그리고 그 시선의 끝에 결국 무엇이 남는지를 보여주는 꽤 서늘한 성찰의 기록이었습니다. 줄거리: 시선을 훔치는 자와 마음을 뺏기는 자의 이중주 영화 <포커스>의 정체성은 제목 그대로 '시선'에 있습니다. 베테랑 사기꾼 니키(윌 스미스)는 사기의 기술을 배우기 위해 찾아온 신참 제스(마고 로비)에게 아주 중요한 원칙을 가르칩니다. "사람의 시선을 한 곳에 고정시키면, 다른 곳에서 벌어지는 일은 절대 알 수 없다"는 거죠. 퀀트 트레이딩 회사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며 제가 늘 고민하는 지점도 바로 이거예요. 트레이더들이 수많은 정보 속에서 단 하나의 중요한 지표에 '포커스'를 맞출 수 있게 디자인하는 것, 역설적으로 그 외의 수만 가지 노이즈를 시야에서 지워버리는 작업이죠. 니키의 가르침...